The DAO BOOK의 시작
우리의 DAO 강세론
롤프(Rolf): 필자에게 DAO는 ‘조직’을 뜻하는 명사보다는, 동사(verb)로서 생각할 때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DAO라는 개념이 어떻게 조직을 구성하는 방식을 바꾸는지, 또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행동 자체를 변화하는지 탐구하는 것에 훨씬 더 큰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DAO는 그동안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기술을 실제로 활용해, 다양한 사회 집단이 조직하는 방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DAO 이전의 조직들은 ‘암호화된 보증(cryptographic guarantees)’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는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같은 ‘레이어 1(Layer 1)’ P2P(Peer-to-Peer) 분산 네트워크의 발명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전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새로운 조직 구성도 만들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장 단순한 예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통제하는 계좌를 생각해보자. 한 사람이 은행 계좌를 개설하려면, 다양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제출 대상에 따라 내용을 번역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여러 통화를 동시에 취급하는 계좌를 만든다면, 적게는 수 주에서, 많게는 수 달이 걸릴 정도로 복잡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Gnosis Safe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거의 추가 비용 없이, 그야말로 ‘1분 안에’ 주소를 만들어 여러 사람과 통제권을 공유할 수 있다.
금융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암호자산 업계의 시총은 2016년 약 100억 달러에서 현재 약 1조 달러로 100배 이상 성장했다. 이를 DAO에 적용해보자. 불과 2년 전만 해도 DAO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오늘날 DAO는 총 100억 달러가량을 관리하고 있다. 예상하건대 5년 뒤에는 DAO가 1조 달러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필자의 추측을 제외한다고 해도, 이러한 금융적 관심은 DAO의 사회적 관련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시은: 새로운 금융에 ‘탈중앙 금융(DeFi)’이 있다면, 새로운 조직에는 DAO가 있다. 현대적 의미의 법인은 꽤 오래전 만들어졌는데, 그동안 약간의 발전이 있긴 했지만 괄목할만한 내용이라 보기는 어려울 정도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크립토의 유용한 특징을 - 개방적이고, 경계와 검열이 없는 (open, borderless, and censorship-resistant) - 모두 활용해,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모듈적 조직을 만들고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 특별한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DAO는 자원, 성장/진화, 인사(HR) 등 조직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인류의 여러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그동안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방식으로 인적 자원과 자본을 활용하고 재배치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AI)이나 DeFi와 같이, 원래 목적 자체가 각종 상호 작용들로부터 인간의 존재를 배제하는 데 집중된 기술들도 있다. 하지만 DAO는 크립토 세계에서 사람 사이의 교류를 극대화할 방법을 찾는 데에 방점을 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인류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가 The DAO BOOK을 쓰는 이유
우리는 DAO 관련 사고에 기반이 되는 ‘좋은 프레임워크(framework)’를 원한다.
먼저 우리는 어떤 예측을 하기보다는 먼저 깊이 이해하려고 한다. 우리도 아직 명확히 DAO를 정의하지 못하는데, 무엇이 성공적인 DAO를 만드는지 예측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 기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단순 추측 이상의 수준으로 구체적인 비교 분석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DAO에 관해 대화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단어를 두고도, 다오이스트(DAOist)*들은 각자 다른 뜻을 제시한다. 우리가 만약 DAO를 둘러싸고 있는 흩어진 생각과 표현을 하나의 공통된 언어로 정리할 수 있다면, 새로운 백만 명이 크립토와 DAO 세계로 유입되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옳은(right)” 프레임워크를 찾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새롭게 제시하는 프레임워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다. 우리의 진짜 목적은, DAO에 관한 담론을 활성화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존하는 대안을 넘어 DAO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DAO의 존재를 통해 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해 선명하게 적어나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무척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오이스트(DAOist): DAO에 관해 논의하고, DAO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자들을 통칭하는 단어
지금까지의 여정
우리는 몇 번의 방향 수정을 하며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기존 구상대로라면 우리 책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다오이스트들의 인터뷰를 담을 예정이었다. 두 필자의 강점 - 1) DAO에 활발히 몸담고 있다는 것, 2) 실제 현장에서 뛰며 생생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다오이스트들과 접점이 있다는 것 - 을 적극 활용하려고 한 것이다. 우리는 ‘조정실패(coordination failures)’라는 공통의 주제를 다오이스트들의 인터뷰로부터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역시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법. 몇몇 다오이스트들은 조정실패라는 개념에 공감했지만, 모든 DAO에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정리된 이론이 성립되기에는 시장 자체가 아직 너무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기에 우리의 접근 또한 연역적(deductive)이기보다는 완전히 귀납적(inductive)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오이스트들이 오늘날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앞으로 몇 주간 우리는 일련의 블로그 포스트를 발행할 계획이다. 각 에세이는 대부분 다오이스트들과의 대화와 논의를 기반으로 하나의 생각을 도출해, 이에 관한 필자들의 숙고를 담을 것이다. 글 하나하나가 처음부터 견고한 논리를 가지거나 완벽한 모습으로 쌓여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DAO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구체적인 예시를 공유하고, 다양한 의견을 서로 대비시키며 우리의 주장을 더욱 견고하게 뿌리내리는 데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몇 주 후에는 그간 작성한 글을 회고하며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려고 한다: ‘현실에 기반한 다양한 생각들을 어떻게 배열하면 우리는 더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을까?’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의견을 남겨달라.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 왜 그런지, 또 우리가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 알려주길 바란다. 여러분과 함께 탐험해나갈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