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O는 온체인 은행 계좌를 공유한 조직? 글쎄.

*DAO 구성원(member) = 자연인 혹은 법인

Myth: DAO는 온체인 은행 계좌를 공유한 조직이다.

2021년쯤부터 크립토 업계에 몸담고 있었다면, - 아니, 발가락이라도 담그고 있었다면 -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 DAO는 Defi, NFT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 그리고 DAO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대중이 흔히 접하는 정의에는, “DAO = 은행 계좌를 공유하는 조직”이 있다. 이해에 정말 도움이 되는 정의일까?

가장 표준적으로 사용되는 온체인 공유 계좌로는, ‘다중서명 (멀티시그, multi-signature)’ 기능을 가진 노시스 세이프 (Gnosis Safe)가 있다. 즉, 사용자는 “거래 승인 시, 미리 지정된 특정 개수의 서명을 요구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는데, 이는 한 지갑에 대해 ‘y 중 x만큼 (x-of-y)’의 권한을 오픈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3-of-5 다중서명’ 경우, 거래 승인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총 5개 중 최소 3개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DAO 구성은 보통 다음과 같다. ‘토큰 게이트 (token-gated, 특정 토큰을 소유해야만 입장이 가능한)’된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그룹이 공유 온체인 계좌를 컨트롤하고 있고, 스냅샷 (Snapshot)을 사용해 투표한다. 위의 정의에 따르면, 이러한 기본 구성을 가진 조직을 DAO라고 부를 수 있을까?

Myth-Buster: DAO는 a) 온체인 요소가 b) 조직 프로세스에 핵심적이고, c) 모든 구성원이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직이다.

a)   온체인 요소 (Onchain elements)

DAO의 존재적 근거를 ‘현상(phenomenon)’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현대적’인 것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수십 년 전에 생긴 어떤 조직이 DAO인지 아닌지 하는 논의는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뜻이다. DAO라고 정의되는 조직만의 특별한 무언가는 모두 ‘지금 (today)’과 연결되어 있다.

보통 사람들이 DAO를 흥미롭게 생각하는 이유는, 탈중앙화된, 최소 신뢰 기반의 시스템과 - 대표적으로 블록체인 - 함께 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DAO는 본질적으로 오늘날의 기술혁명과 -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원장 기술 (DLTs, Decentralized Ledger Technologies) - 깊이 연결되어 있고, 이러한 기술과의 직접적 관련이 없는 조직은 DAO가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DAO에는 온체인 요소가 필수적이다.

b) 온체인 요소가 조직 프로세스에 핵심적 (Onchain elements that are central to the organizing process)

스마트 컨트랙트 (Smart contract)는 다양한 조직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온체인 요소를 활용하는 조직이 모두 DAO라는 말은 아니다.

코카콜라(회사)를 예시로 생각해보자. 코카콜라는 구성원 간에 은행 계좌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쉽게 온체인 계좌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코카콜라를 DAO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아니다’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프로필 픽쳐 (ProFile Pics, PFPs)’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파고 들어가 보자. PFPs는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고유한 디테일을 가진 NFT 프로젝트를 통칭하는 용어다. 잘 알려진 PFPs에는 CryptoPunks, BAYC, Milady Maker 등이 있다.

이러한 PFP 프로젝트들을 DAO라고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대답은 ‘No’이다. PFP 프로젝트에서 온체인 요소는 단순히 프로덕트의 일부로 한정 지어지며, 조직의 운영에 있어 핵심적이거나 (central), 지속적이거나 (enduring), 구분 짓는 (distinctive) 요소로 활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PFP 프로젝트가 존재감 있는 브랜드로 진화하는 경우는 드문데, 그 이유는 온체인 요소가 “제품을 사고파는 과정"에서만 활용되고 조직을 구성하는 프로세스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정의에 따르면, 우리는 온체인 은행 계좌를 가졌는지 없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는 DAO를 판별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때때로, 공유 온체인 계좌 자체가 한 조직의 핵심적인 온체인 요소일 때도 있다. 이의 전형적인 예가 ‘투자 DAO’다. 공유 온체인 계좌를 통해 누구로부터든, 어디서든 자본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DAO로서 투자하기 위해서는 공유 온체인 계좌가 매우 필수적이다.

‘온체인의 비율이 얼마나 되어야 DAO인지’와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DAO에는 온체인 요소가 조직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c) 모든 구성원이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 (Every member can directly influence the execution of key organizational decision)

그렇다면, 어떤 조직이 공유 온체인 계좌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온체인 요소가 조직 운영에 있어 핵심적이라면, 이것만으로 이 조직은 DAO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DAO 생태계 내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두 가지 유형의 조직을 탐구하며 답해보자.

한 편에는 무수히 많은 DAO가 다음과 같은 조합을 사용하고 있다: a) 노시스 다중서명 계좌, b) DAO 토큰, 그리고 c) 스냅샷 투표. 주스박스 (Juicebox)는 역사상 가장 많은 펀딩을 받은 DAO를 배출한 커뮤니티 펀딩 플랫폼이다. 우리는 이런 유형을 “토큰-다중서명-스냅샷 DAO” 혹은 “다중서명 DAO”라 부른다.

다른 한 편에서는 몰록 (Moloch), 컴파운드 거버너 (Compound Governor), 트리뷰트DAO (TributeDAO)와 같은 DAO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만든, 소위 “캡처 방지 DAO (capture-resistant DAO)”가 있다. 캡처 방지 DAO와 다중서명 DAO 사이에는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는데, 다중서명 DAO에서는 투표의 실행이 ‘신뢰받은 사람’ 몇몇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면, 캡처 방지 DAO에서는 단순히 부분에 의해서가 아닌 “모든” 토큰 홀더가 투표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조직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모든 멤버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할까? 어떤 경우에는 가장 중요해지기도 하는데, 나쁜 마음을 먹은 소수가 나머지 토큰 홀더를 속이고 거래를 실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공유 계좌에서 돈을 빼돌리고 도망가는 경우처럼 말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이런 일은 훨씬 빈번하게 일어난다. 👀 캡처 방지 DAO에서는 속임수를 실행하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훨씬 어렵다.

노시스 다중서명은 무척 유용한 온체인 도구이지만, 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DAO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조직의 크기에 따라서 고민이 필요한데, 다음의 예시를 보자.

멤버가 5명인 DAO가 있다. 만약 5명 모두가 다중서명에 들어가 있다면, ‘3 of 5 다중서명’이라는 조건은 멤버 모두가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준다.하지만 멤버 수가 50, 500, 5,000, 그 이상으로 늘어나는 순간, 위의 예시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아직 ‘x of 100’인 다중서명 DAO는 쉽게 볼 수 없지만, 100명의 멤버 모두가 투표권을 가진 캡처 방지 DAO들은 - Raid Guild, LexDAO, MetaGammaDelta - 흔히 볼 수 있다.

조직의 자원에 관한 중요한 의사 결정을 실행하는데 모든 멤버가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진다는 점이, DAO를 지금까지 존재했던 다른 모든 조직과 구분 짓는 핵심 차별점이다. 그리고 DAO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러한 차별점은 더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New Myth: 온체인 계좌를 공유하지 않아도 DAO가 될 수 있다. 다만 a) 온체인 요소가 b) 조직 프로세스의 핵심이어야 하고, c) 모든 DAO 구성원들이 주요 의사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cap table'이 통제 수단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

DAO는 단순히 자동화된, 기술적 구성체가 아니다. 기술적 초월구조 (hyperstructure)가 사회적 가치/요소보다 중요시되는 그런 추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DAO는 사회적 실체로서 가장 흥미롭다. 즉, DAO는 무엇보다도 사회 문화적 (socio-cultural) 현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돈을 모으든 아니든, 다중서명을 통해 공유 계좌를 관리하든 아니든, 이것이 핵심이 아니다. 물론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거버넌스적 측면에서 더 큰 이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거버넌스 (governance)란, 조직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실행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것으로, 투표, 경제활동 (공유 금융계좌도 그중 하나), 기여 (contribution), 평판 (reputation) 등의 활동을 포함한다. 사람들은 흔히 토큰, DeFi를 떠올리면서, 코인을 통한 투표 (coin voting)만이 유일한 거버넌스 방식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DAO를 운영하는 데 있어 공유 계좌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며, 그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온체인 요소를 적용할 수 있다.

비록 최근 원동력을 좀 잃기는 했지만, DIA와 같은 DAO에서는 별도의 금전적 액션 없이도, 다음 연구 주제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 같은 연구 조직들은 함께 업무를 나누고, POAP과 같은 ‘상징성' NFT를 활용해 동기 부여를 한다. 또한, 북클럽들은 (예: Federalist Papers Club) 모임에 참석한 멤버들에게 ‘지분'을 발행하기도 하는데, 이를 실행하는 데 있어서 공유 온체인 계좌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듯 말이다.DAO와 관련된 실험이 계속됨에 따라, 더욱더 다양한 요소가 온체인 위에 발현될 것이다. 몰록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만들어진 최초의 ‘The DAO’ - 후에 몰록DAO (MolochDAO)로 불림 - 에게 있어서 공유 온체인 계좌는 무척 큰 의미를 가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동 자금(shared treasury)’ 없이도 다양한 온체인 요소를 활용해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DAO가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인류는 비트코인을 통해 “자본 중심 인터넷 (internet of money)”을 발견했고, 이제는 DAO를 통해 “가치 중심 인터넷 (internet of value)”으로 방향을 틀어 나아가고 있다.

물론, a) 노시스 세이프(Gnosis Safe)와 스냅샷을 사용하거나 b) 여러 DAO 프레임워크 중 하나를 사용하는 것이 최소 기능 커뮤니티(Minimum Viable Community)를 만드는데 필요한 첫 퍼즐 조각이라고 생각한다. DAO 생태계의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또 진화하고 있기에, 현장으로부터의 제보는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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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피드백과 깊은 통찰력을 나누어 준 Aaron Soskin, Spencer Graham, Linda Xie, Ven, Groundw3rk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오류나 정보의 누락이 있다면, 모든 책임은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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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번역 - Jenna, 최종 번역 및 편집 - Dooboo